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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 없다가 3회 엔딩에서 '은단오'를 내뱉고 트래킹 장면에서 유창하게 말을 한다. 처음엔 대사가 주어지지 않아서 그랬나.. 했는데 5회에서 자아를 인지하고 단오랑 마주치면서 말문을 트게 된 걸 알고 나서 상당한 의문에 휩싸였다. 여러 번 보고 나서야 하루는 일부러 말을 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 도대체 왜 고통을 참아가면서 까지 은단오를 도와주는 거야

내가 내 이름도 모르면서 은단오는 알고 있었으니까. 언젠가부터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꽃이 계속 보입니다. 이상한 건 항상 은단오가 같이 나타난다는 거. 더 이상한 건 그 꽃도, 은단오도 아주 오래전부터 봐왔던 기분이 든다고요.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 왜 내 시작에 있었는지 은단오가 알려줄 것 같았습니다.

 

 

하루는 단번에 결정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기다리고 확인을 거듭하며 확신이 들었을 때 행동한다. 단오와 같이 있는 순간이 많았음에도 바로 묻지 않았던 건 '비밀' 세계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아를 찾았음에도 초반 하루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 다른 엑스트라와 차이점은 '비밀'의 설정이 탑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능소화'의 시대 배경은 만화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아를 찾은 캐릭터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하게 인지할 수 없었다. '능소화' 만화책을 보고도 캐릭터들은 한자를 쓰는 시대라 한글을 읽지못해 그림으로만 내용을 추측한다. 하지만 '비밀'은 현대 배경으로 만화를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없고 다른 캐릭터들도 더 빠르게 자아를 찾았다.(진미채 말에 따르면 그렸던 거 또 그리는 것도 한몫했겠지만)

 

만약에 하루가 제대로 그려진 거라면 다른 엑스트라처럼 '비밀'의 세계에 익숙해야 하고 단오가 하는 말을 바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만 하루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의 손에 그려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비밀'에 스스로 깨어났기(또는 태어났기) 때문에 왼손 흉터도 남아있었다고 생각한다.

 

 

눈코입도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엑스트라 13번

저렇게 대충 그린 엑스트라를 누가 하루라고 보겠는가. 만화가도 저걸 하루라고 그리진 않았을 거다. 13번이라는 것 외엔 아무런 설정 없이 배경으로 그려진 저 엑스트라는 누구라도 될 수 있었다. 보통이, 모범이, 양삼이 등등.

 

 

존재 인식 행위 / 상호의미

3회 수업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꽃이 되었다니 무엇을 했느냐, 어떤 과정을 거쳤는가 보면 이름, 이름을 불러주었다 라는 거죠.
자, 여기서 이름을 불렀다는 건 소망이 담겨있다는 거예요. 결국 꽃이 되었다는 건 진정한 관계가 되었다는 걸 말하죠.

 

유령처럼 존재했던 13번을 발견하고, 이름도, 설정도 없지만 13번이라고 불러주며 다른 캐릭터들에게 인식시키고, 하루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하루가 하루일 수 있도록 존재하게 한 사람이 단오다.

 

그리고 엔딩에서 이 존재 인식 행위는 더 강하게 작용한다. 서로가 인식의 주체이기도 하면서 객체가 되고 어떤 설정값도 없이 자유롭게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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