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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병원

단오야, 11월 중순쯤이 어떨까?

네?

 

수술 말이야. 뭐 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수술을 한다면 그때쯤으로 생각하자. 일단은 쌤이 먼저 아버님하고 얘기해 볼게. 그때까지 약도 잘 먹고 밥도 잘 먹고 건강하게, 알지?

 

 

그래도 이런 심장으로 18년을 버텼네. 장하다, 은단오. 수술.. 해야겠지?

 

백경아.

 

저... 미안. 병원에 또 오게 만들고. 화내지 마. 너랑 결혼 안하고 싶다고 한 거 그냥 투정 아니니까.

 

나 수술 받아야 된데. 이런 얘기 듣기 싫지? 미안. 근데 이번 수술은 좀 다른가 봐. 내가 왜 너랑 결혼하고 싶었는지 알아? 살고 싶어서.

 

어렸을 때 내 세상은 딱 두 개였거든. 병원 침대에 누웠을 때 보이는 네모 반듯한 천장과 백경 너. 그래서 그랬나 봐. 네가 내 유일한 탈출구 같고 너랑 결혼이라도 하면 막 아팠던 심장이 다 나을 것 같고 그래서 계속 좋아했나 봐. 네 감정 따윈 상관없이. 네가 집안일로 힘들어하는 거 다 알면서.

야, 그건...

 

사람들은 네가 나한테 상처준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미안해. 너한테 상처 줘서.

 

그러니까 우리 결혼 관두자. 잘 지내 백경아.

 

 

 

#학교

은단오가 좋아졌나 봐, 나.

당연한 거 아니냐 네 약혼자잖아.

 

걜 볼 때마다 짜증 났어. 돈에 혈안이 된 아버지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애를 이용해서 투자받으려는 게 환멸이 났으니까. 근데 사실은 처음부터 걔가 좋았나 봐. 괜한 반항심 때문에 아픈 애한테... 아이 내가 너한테 무슨 얘길 하고 있는 거냐.

 

야, 친구한테 이런 얘길 하지 누구한테 하냐.

 

 

 

#

손이 왜 이렇게 차갑냐.

나한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회장님 앞에서 약속했어. 내가 너 지킨다고.

나한테 왜 이래?

 

이제 인정하려고.

뭘?

 

내 마음. 백사장이 시켜서 네 옆에 있던 거 맞아. 근데 지금은 아니야. 내가 네 옆에 있고 싶어 졌어. 너 좋아하는 거 인정한다고.

 

 

#

괜찮아?

응. 난 괜찮아...

집에 가자.

 

네가 하고 싶은 거 다하면 아픈 게 나아지냐?

지금도 충분해. 네가 날 좋아해 준다고 했잖아.

 

네가 싫은 게 아니야. 네가 아픈 게 싫은 거지. 네가 싫은 게 아니라 널 돈으로 보는 아버지가 싫고 그 사람 아들인 내가 싫은 거지.

 

이도화한테 들었어. 너 곧 수술받는다며.

 

수술받기 싫어. 이렇게 너랑 같이 학교 다니는 게 얼마나 행복한데. 수술받으면 또 얼마나 병원에 있어야 될지, 매일 백경 네가 언제쯤 올지 기다리는 게 너무 싫어.

 

내가 계속 옆에 있으면 되잖아.

 

 

#

응 아빠. 어, 거의 다 와가. 주화쌤은 무슨 얘길하려고 아빠랑 꼭 같이 오라잖아, 겁나게. 알았어, 병원에서 봐.

 


 

14화

 

#병원

(주화) 단오 왔어? 올라가서 얘기할까.

쌤 그냥 지금 얘기해주면 안 돼요?

(은회장) 올라가서.

좋은 얘기 맞죠...?

 

쌤 나쁜 얘기면 안 들을래요. 수술해야 하는 거면 그냥 안 들을래요.

(주화) 들어가서 얘기하자.

 

(주화) 단오야 수술 말이야... 안 해도 될 것 같아.

 

정말인가? 그럼 우리 단오..

(주화) 네, 단오 무리해서 수술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최근에 바꾼 약이 단오랑 잘 맞았나 봐요.

 

고맙네. 정말 고마워.

(주화) 단오 지금처럼 건강하게 지낼 수 있어요.

아빠.

 

(주화) 아, 대신 약은 꾸준히 먹어야 되는 거 알지?

그럼요, 약속. 약속이요.

 

 

우리 공주님 좋은 소식이 이래저래 빨리 퍼지는 모양이네. 아빠 잠깐 전화 좀 하고 올게. 어, 백사장 나야.

 

백경아.

정말 맞아? 수술 안 해도 된대?

이거 놓고 얘기해.

 

말해 빨리.

수술 안 해도 된대.

 

난 정말 네가... 은단오 넌 절대 나 떠나지 마.

 

 

오늘 같이 좋은 날 왜 계속 그런 표정을?

 

어떤데 내가?

아, 아니야.

 

은단오. 네가 하고 싶은 거 다하게 해 줄게. 학교를 다니고 싶으면 그렇게 하고 내가 계속 챙겨주길 바라면 그렇게 하고 그렇게 하자 우리.

 

 

#프로포즈 하는 백경

잘해봐

 

돌아가신 우리 엄마 거야.

 

이걸 왜...

너한테 꼭 주고 싶었어. 그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경아.. 나 정말 행복해. 내 마음이 너에게 닿아서. 백경 난 처음부터 너였거든. 내 시작은 너야, 경아.

 

 

#보건실. 체육시간에 쓰려졌던 단오.

 

데려다줄게.

 

나 요즘 너무 행복한 거 알아? 평생 날 괴롭히던 심장도 다 낫고. 무엇보다 네가 이렇게 옆에 있어주잖아.

 

 

 

#병원

완전 좋아졌대 거의 다 나았대. 아.. 알고 있었구나 하여간 주화쌤 은근 여기저기 다 말하고 다녀.

 

심장 나은 거 축하해, 단오야.

 

세상에서 백경이가 제일 좋아.

 

꿈같아.

뭐가?

 

심장도 다 낫고 네가 날 좋아해 주잖아. 즐겁기도 한데 무섭기도 해. 너무 행복해서.

 


15화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의 힘 같아.

사랑의 힘?

응. 그게 아니면 이 기적을 어떻게 설명하겠어.

 

예쁘네.

당연하지, 이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데. 반지 너무 예쁘다.

 

근데 어머님 사이즈랑 나랑 똑같나 봐. 반지가 이렇게 찰떡같이 맞는 걸 보면.

 

 

#데이트

다음에 뭐할까? 경아 너뭐하고 싶어?

너하고 싶은 거 다.

나 너무 행복해.

 

괜찮아? 집에 갈까?

으으응, 내가 심장 아파 본 짬이 있는데 이건 좋아서 심장이 뛰는 거야.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만 울리는 거야. 좋아한다고, 내 마음 알아달라고.

 

단오야 다행이야.

뭐가?

우리가 서로 닿을 수 있어서.

 

고마워. 단오 네 덕에 모든 게 좋아졌고 또 좋아질 거야.

 

 

#

어? 여긴. 일로 와봐. 경아 이것 봐. 이게 그대로 있네?

 

내가 더 크지?

아니야, 내가 더 크거든?

봐봐, 일로와 봐.

 

내가 이만큼 더 큰데?

밥 많이 먹고 내가 더 클 거거든?

언제?

 

10살 더 먹으면?

에이, 그때도 내가 더 크면 뭐해줄 거야?

 

소원 들어주기?

약속!

약속!

 

난 별로 안 자란 것 같은데 경이 넌 뭘 먹고 그렇게 큰 거야? 반칙이야.

 

아! 나도 너보다 큰 게 있긴 해.

뭔데?

 

널 좋아하는 마음.

내가 그렇게 좋아?

응.

 

그럼 내일 밤에 학교에서 만나. 내일이 딱 10년 되는 날이야

왜?

 

기억 안 나? 10살 더 먹고 키 재보기로 한 거.

그랬나? 지금 누가 봐도 네가 이렇게 더 큰데?

 

단오야, 그때도 지금도 항상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학교

내가 말했지, 10살 더 먹으면 너보다 더 키 클 거라고.

 

그래도 한 번 재보자. 조금 억울하긴 한데 난 약속은 잘 지키는 사람이니까. 

 

소원 들어줄게.

 


 

#1년 후 115회 스리고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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