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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분명 어제까지 본방 보고 화가 났는데 아침에 눈 뜨자마자 어하루 생각나고 곱씹을수록 눈물이 난다.
화가 났던 건 회차 하나씩 앞으로 당겨서 32회, 30분은 오로지 단하루의 행복한 모습만 더 오래 보고 싶었는데 못 봐서 그렇다. 5분만 더 보여줬어도 화는 안 났을 듯ㅠㅠ
제발 마지막에 남주를 오래 실종시키지 마세요. 순간 알함브라 떠올라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으니까.
눈물이 나는 건 끝나서ㅠㅠ 어하루 끝나서...... 더 없어서...
꿈보다 해몽이라고 설명이 덜 된 부분을 나름대로 채우며 위로하련다.
만화 속이라 끝없는 세계라는 설정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유한한 세계로 만들어진 탓에 이게 새드인지 해피인지 의문이 들었다.(원작 본 지가 오래돼서 다 까먹었는데 아무래도 다시 보면서 빈 곳을 채워야겠다ㅠㅠ)
다른 작품에서 단오와 하루는 작가의 손에 정해진 이름, 설정 없이 다시 만났다. 어디에도 메이지 않고 온전히 둘만의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게 됐다. 아무래도 이 부분이 제대로 설명이 안된 탓에 엔딩에 대한 생각이 갈리는 듯하다.
"이 사람들이 다 가짜라면 다들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모두 각자의 사연이 있고 소중한 것들이 있는데 전부 다 작가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이에 대한 답들이 마지막 회에 쏟아졌다.
32회 나무 아래서 단오의 말
단오 -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야. 넌 전작의 대사나 상황들이 반복된다고 했지만 모든 게 완전 작가 뜻은 아니었던 것 같아. 작가가 그린 장면 속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말, 듣고 싶었던 말들을 이제야 우리 의지로 할 수 있게 된 거야. 계속 기억했던 거지. 장면 밖에서 말하고 싶어서. 다시 진심을 전하고 싶어서.
이걸 지금이라도 깔끔하게 정리해준 게 참ㅋㅋㅋ 다행이다. 결국 능소화는 비밀의 섀도우에 아무 영향이 없었다는 증거.
32회 강의
"하이데거는 '존재는 시간 속에 던져져 있다'라고 했습니다. 뭔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저 세계 속에 던져져 있다'라는 것입니다."
- 교수님, 그럼 하이데거는 인간의 존재가 우연히 생겨난 거라고 보는 건가요?
"세계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부여된 것이고 세계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에 따라 의미가 생긴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속해 있는 이 세계에서 살고, 사랑하고, 고뇌하고 죽어가는 것이 하이데거가 말하는 '생생한 세계이며 이 세계 안에서 우리는 서로서로 구체적으로 관계하는 존재자들이다'라는 거죠."
'존재는 시간 속에 던져져 있다'를 필기하는 대학생 단오. (거참 어렵게 설명해주네...)
창조주인 작가 손에 의해 단오와 하루는 만화 세계에 존재했고 서로 의미를 만들었다.
기획의도대로 첫사랑을 사수했고 다시 만났으며 설정값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이 유한한 것처럼 만화가 끝날 때까지 단오와 하루는 다시 만나 행복했을 것이다. 스테이지에 얽매이지 않고 더 자유롭게 그 시간 속에서 둘만의 이야기를 만들겠지. 그걸 더 보여줬으면 더 좋았겠지만... ㅠㅠ
조금씩 비어있는 단하루 이야기를 김혜윤과 로운이 잘 채워줬다. 둘 다 어려운 역인데 정말 잘해줘서 고맙고, 이 드라마에 더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기도 하다.
엔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드라마에 있던 정이 다 떨어져 버리는데 이상하게 어하루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엔딩이 맘에 안 든다기보다 표현방법이 성에 안 차서 그런 걸 지도.
청량했던 여름을 지나 같이 가을을 맞이하니 낙엽보다 무겁게 마음에 내려앉아 떨어지지 않는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그런 드라마였다.
+추가 2019.11.24
29회 300년 된 나무 아래 단오와 수향의 대화
수향 - 이 나무가 300년 됐다면서? 긴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지켜봤을까? 나 이도화 친구야. 전학 온 지 꽤 됐는데.
단오 - 아,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그래? 너 도화랑 친하다며.
친한 건 아니고, 그냥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
그럼 이 나무는 그런 것도 다 봤겠다.
못 봤을 걸. 난 어릴 때 거의 병원에만 있었거든.
저렇게 높이서 보면 그런 것도 다 보일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하면 좀 무서운데.
나무한테 안 들키면 되지. 다른 애들 틈에 꼭꼭 숨어서.
다른 사람들 틈에 껴서 똑같이 사는 건 재미없어.
그런가.
나만의 의미를 찾아야지. 내 인생이잖아.
되게 좋은 말이다. 나만의 의미. 누군가랑 함께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기도 하고. 네 의미는 약혼자 백경이랑?
당연.. 할 걸?
당연하면 한 거지, 할 걸은 뭐야? 우리를 만든 작가 말이야, 작가가 우릴 저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작가?
처음엔 나도 무서웠어. 아무리 도망쳐도 벗어날 수 없었거든. 사랑하고 싶은 사람과 행복하고 싶었을 뿐. 바꾸려 했지만 결국 바뀌지 않는 것도 있고, 바꾸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 바뀌기도 해. 다 작가 마음이지. 콘티대로 그려지기도 안 그려지기도.
무슨 말이야?
낙엽이 떨어지는 순서를 모르듯. 이 세계에도 법칙 같은 건 없어. 서로를 향한 간절한 마음만 있다면 그런 건 넘어설 수 있거든.
수향이는 간절한 마음으로 비밀의 세계에 왔고 진미채를 다시 만났다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다른 사람들 틈에 껴서 꼭꼭 숨어있다가 안전할 때만 보러 갔겠지, 작가가 알 수 없도록. 단오의 대답으로 자신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진미채에게 알릴 결심이 들었을 것이다.
수향의 답은 시청자를 위한 거였나 보다. 단오와 하루는 이미 알고 있었던 간절한 마음.
그 마음 때문에 하루는 그려지지도 않았던 비밀의 세계로 왔고, 단오도 대학생으로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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