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가장 보편적인 은희로부터 메인 카피처럼 은희로부터 받은 편지 같은 영화였다. 1994년에 살아보지 않아도 마치 현재가 배경인 것처럼 생생했다. 사건들을 담담하게 표현하고 너무나 평범해서 흘려보내고, 묻어두었던 감정들을 잡아서 보여준다. 삼촌의 죽음에 대한 은희의 물음에 감자전을 부치던 엄마가 한 대답이 너무 와 닿았다. "이상해" 맞다. 이상하다. 그 사람이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죽은 이유에 상관없이 참 이상하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것인데도 참 이상하다. 엄마의 대답에 울컥했는데 다음에 은희가 감자전 먹는 장면을 보니까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제 삶도 언젠가 빛이 날까요?" 영지는 다시 만나면 어떤 말을 해주려고 했을까. 고등학생이 된 은희가 어색하게 서..
크리스마스 때 거의 '나 홀로 집에'만 봤는데 갑자기 떠올라서 다시 봤다. 두세 번 봤는데 기억력 대단하다. 처음 보는 영화처럼 감상할 수 있었다. 어떤 길을 갈 때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고 축복이다. 혼자 묵묵히 갈 수도 있지만 언젠가 힘이 들어 좌절할 때 그 한 명이 굉장한 힘이 된다. 그런 마음이 빌리의 길을 열어줄 수 있었다. 아버지가 체육관에서 빌리의 춤을 처음 봤을 때부터 마지막까지 한 장면도 빠짐없이 명장면이다. 그때부터 느껴지는 벅차오름, 상승감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차가운 푸른색으로 가득하지만 빌리 집의 따스한 노란색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중엔 푸른색마저 따스하게 느껴지는 색감이 정말 예쁘다. 언제 다시 봐도 마음 따뜻해지는 영화다.